삼성의 위기를 기회로 전환한 호텔신라 이부진 사장
글 : 최덕수
삼성그룹을 현재 이끌고 있는 것은 이재용 부회장이다. 이재용 부회장이 맡아서 이끌고 있는 삼성그룹은 현재 아버지인 이건희 회장이 이끌 때와는 사뭇 다른 스타일의 행보를 보이고 있다. “마누라 빼고는 다 바꾸자"라는 말로 대변되는 이건희 회장의 도전적인 경영 스타일과는 달리, 이재용 부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기존 경험을 바탕으로 자신들이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업에 집중하는 ‘안정’에 방점이 찍혀져 있다. 오히려 이건희 회장의 경영 스타일은 이재용 부회장이 아니라, 현 호텔신라 대표이사이자 삼성그룹 최초의 여성 CEO인 이건희 회장의 장녀 이부진 사장으로 이야기된다.
도전의 이건희 회장, 안정의 이재용 부회장
삼성전자의 새로운 비전은 도전보다 ‘안정’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건희 회장이 지난 2010년 5월 내놓은 5대 신수종 사업에 대한 비전을 담은 ‘비전 2020’은 삼성그룹의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시한 자료였다. 여기에 담겨있는 내용들은 그동안 삼성그룹이 해오지 않은 새로운 도전적 사업들을 주로 담고 있다. 발광다이오드, 태양전지, 자동차용 전지, 의료기기, 바이오 제약의 5대 신수종 사업들 중의 일부는 상당한 세월이 지난 지금에 이르러서는 성공을 논하기 힘든, 사실상 실패에 가까운 성적을 거둔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은 이후 8년 만에 처음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제시하고 있다. 이재용 부회장이 이끄는 삼성전자의 새로운 성장 동력은 대부분 이들의 강점인 반도체 분야에 집중돼 있다.
2020년까지 10년간 23조 5천억 원이라는 대규모의 자금 투자를 예고한 과거의 비전 2020과는 달리, 새로운 삼성전자, 삼성그룹의 비전은 ‘안정’을 추구하고 있는 것이다. 이처럼 안정을 추구하는 이 부회장과는 달리,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사장은 그녀의 부친처럼 도전적이고 다양한 시도를 하는 CEO로 평가되고 있다. 안정보다는 도전, 혁신을 추구했던 그녀의 행보가 실제로 이건희 회장을 닮아있는지, 지금까지 그녀가 걸어온 경영인으로서의 족적을 살펴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수수한 학생 시절과는 상반된 모습들
메르스 창궐 당시 원희룡 제주지사와 대책을 논의하는 이부진 사장
이부진 사장은 대학교 재학 시절 수수한 옷차림에 대중교통을 주로 이용하는 등 재벌가 자제답지 않은 모습을 보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지난 1999년 삼성물산 계열사의 평사원 임우재 씨와 결혼한 사례는 이런 수수함의 대표적인 사례로 지금껏 이야기되고 있다. 사회생활을 시작하기 전까지 비교적 평범한 모습을 보여 온 그녀가 본격적으로 도전적인 모습을 보인 것은 삼성복지재단 보육사업 팀, 삼성 일본 본사, 삼성전자를 거쳐 2001년 8월부터 호텔신라 기획팀장으로 근무하면서부터로 이야기된다.
호텔신라 근무 당시의 그녀를 설명하는 한 단어는 ‘승부근성’이다. 이부진 사장이 호텔신라에 온 이듬해인 2002년에는 대표이사를 비롯한 경영진이 대대적으로 교체되는 대대적인 인사가 단행되었다. 당시 이영일 호텔신라 사장을 비롯해 9명의 등기이사 전원이 사임했다. 이런 혼란한 시기에, 이부진 사장은 호텔신라 케이터링 서비스 업그레이드를 위해 서비스 현장을 하루 종일 지키고 직원들의 동선을 스케치해 대안을 제시하는 의연한 모습을 보여 당시 임직원들이 혀를 내두를 정도였던 것으로 전해진다.
호텔신라 사장 취임,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다
2010년 사장 취임 이후 호텔신라의 성장을 선두에서 이끈 인물
외국 유학 경험이 없음에도 호텔 경험을 위해 영어, 일본어, 프랑스어 3개 국어를 빠른 시간에 습득한 것도 그녀의 승부근성을 보여주는 한 단면으로 회자되고 있다. 2004년 호텔신라 임원 진급 당시에는 신임 임원 교육에 홍일점으로 참석해 극기훈련까지 적극적으로 마치는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전해진다. 또한 그녀가 호텔신라의 상무이사로 근무하던 때인 2007년에는 아이를 출산한 지 3일 만에 출근해 업무를 처리한 일화는 아직까지도 그녀의 승부욕을 나타내는 대표적 일화로 회자되고 있다.
독하게 부딪힌 호텔신라의 경영 성과는 곧 호실적으로 이어졌다. 2009년에는 전무이사로 승진한 그녀는 2010년에는 사장으로 취임하게 된다. 이부진의 사장 취임 이후 호텔신라 매출은 2010년 1조 4,524억 원에서 매년 꾸준히 성장하고 있다. 이부진 사장이 취임하던 2010년 12월 호텔신라의 주가는 주당 2만 7천 원이었다. 그로부터 세월이 지난 2018년 9월 현재의 시점에서 호텔신라 주가는 주당 10만 원이 넘는다(그동안의 최고가는 종가 기준 13만 8천 원). 4배 가까운 성장을 거둬낸 호텔신라의 성공 비결은 현재 면세점 사업의 기록적인 성공 덕으로 이야기되고 있다.
호텔신라 면세점 사업의 공격적인 행보
호텔신라의 새로운 성장 동력, 면세점 사업
호텔신라가 본격적으로 면세점 사업을 시작한 것은 2008년 인천공항 면세점 개점 때다. 이부진 사장은 취임 이후 면세점 사업에 전력을 기울였으며, 그 덕에 취임 이후 3년 만에 호텔신라 면세점 사업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10배가량 상승하는 결과를 맞을 수 있었다. 2011년에는 세계 최초로 루이비통을 신라면세점에 입점시키는 데 성공했으며, 2012년 8월에 이르러서는 한국 기업으로는 최대 규모의 첫 해외 매장인 싱가포르 창이공항 화장품, 향수 사업권을 획득하는 데에 성공했다.
호텔신라의 신라면세점은 국내는 물론 해외에서의 영향력도 지속적으로 확대시켜 나가며 세계 제일의 면세점 사업자를 목표로 폭풍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싱가포르 창이공항에 이어 지난 2014년에는 마카오 국제공항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한 바 있으며, 작년에 이르러서는 홍콩 첵랍콕 국제공항 화장품, 향수, 액세서리 매장 운영권을 획득한 바 있다.
역대 최대의 영업이익을 달성한 호텔신라
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은 HDC 신라면세점은 ‘신의 한 수’로 평가된다
유통업에 있어 라이벌 관계에 있다고도 볼 수 있는 현대그룹과의 합작은 이부진 사장의 승부사 기질이 가장 돋보인 사례로 이야기된다. 2016년 호텔신라는 신규 면세점 경쟁에 뛰어들었지만 호텔신라의 당시 면세시장 점유율이 30%를 넘어 독과점 논란이 일어났으며, 서울 시내에 마땅한 사업부지도 없다는 문제점도 함께 불거진 바 있다. 하지만 이 상황 속에서 이부진 사장은 현대산업개발과 손을 잡는 대신, 면세점 경쟁에 함께 뛰어든 신세계와 등을 돌리는 승부수를 던지게 된다. 이렇게 탄생한 ‘HDC 신라면세점’은 작년 1월 신규 면세점 중 최초로 손익분기점을 돌파하며 5분기 연속 흑자를 기록한 바 있다.
올해 2분기 호텔신라는 사장 최대치의 영업이익인 695억 원(연결기준)을 달성하며 어닝 서프라이즈를 기록했다. 이는 전년 동기 대비 302.6% 증가한 것이며, 매출은 46.7%가 늘어난 1조 1,749억 원을 기록했다. 서울 신라호텔은 2013년 개보수 이후 5년이란 시간이 경과하면서 그 효과가 본격적으로 나타나고 있으며, 신라스테이도 이번 분기 흑자로 전환됐다. 또한 국내외 공항 면세점은 호텔신라의 신성장동력으로 자리를 잡는 것을 넘어 회사의 이익에 기여하는 단계로 올라선 것으로 평가되고 있다.
위기의 때마다 주목을 받는 ‘리틀 이건희’
호텔신라의 비즈니스호텔 브랜드인 신라스테이도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현재 이부진 사장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법적인 문제로 위기에 처할 때마다 주목을 받는 위치에 서 있다. 이재용 부회장의 빈자리를 대신할 오너가 인사 1순위로 이부진 사장이 꼽히고 있는 것이다. 블룸버그통신은 “이건희 회장의 장녀인 이부진 사장이 (이재용 부회장 부재 시) 가장 먼저 고려되는 것이 자연스럽다"라며 “일부에서는 사실상 이부진 사장이 바통을 이어받을 것으로 보고 있다"라고 보도한 바 있다. 실제로 이재용 부회장의 부재를 이부진 사장이 책임지게 될 확률은 지분을 따져볼 때 낮아 보이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부진 사장에 관심이 쏠리는 것은 그녀가 지금껏 보여 온 공격적인 경영 스타일과 우호적인 이미지 때문인 것으로 분석된다.
‘리틀 이건희’라는 별명으로 유명한 이부진 사장은 앞서 이야기한 것처럼 경영 스타일뿐 아니라 성격, 심지어 외모까지 이건희 회장을 가장 많이 닮은 자제로 알려져 있다. 이건희 회장의 부재로 인해 그의 자녀들의 경영 능력이 본격적으로 평가되고 있는 작금, 이제는 많은 이들이 이건희 회장을 가장 닮은 자제로 손꼽는 이부진 사장의 행보에 대한 주목도가 점차 커지고 있는 시점이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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