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부회장, '전기차' 시장 선도할 수 있을까?
글 : 최덕수
쌀가게 ‘경일상회’의 정주영 사장이 일제강점기에 인수한 자동차 정비공장이 모태가 되어, 1967년부터 자동차 제조업에 뛰어든 현대자동차는 현재 폭스바겐, 토요타, 르노닛산얼라이언스에 이어 판매량 기준 전 세계 4위의 자동차 회사로 꼽힐 정도로 큰 성공을 거두고 있는 기업이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기업이라고 이야기해도 모자람이 없을 이 기업을 이끌고 있는 인물은 정몽구 회장의 외동아들이며, 1999년 현대자동차 상무이사로 시작해 지난 2009년부터는 그룹 부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이다.
승부욕이 투철한, 인성이 뛰어난 인물
작년부터 현대자동차를 대표하는 유일한 인물로 대외활동 중인 정의선 부회장
1970년 10월 10일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장남으로 태어난 정의선은 일찌감치 그룹의 후계자로 지목받은 인물이었다. 그룹 일가의 장남이었던 고 정몽필 현대제철 전 사장이 1982년 트레일러와의 추돌로 운전기사와 함께 사망하면서, 슬하에 딸만 둘이었던 정몽필 회장의 동생인 차남 정몽구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장남인 그가 후계자로 주목을 받았던 것이다. 이로 인해 정의선은 현대그룹 창업자이자 대한민국의 대표적인 1세대 기업인인 고 정주영 회장과 어릴 때부터 그룹 후계자로 독대하며 교육을 받았으며, 대중들에게는 어릴 때부터 기업인으로서의 승부욕과 경영자로의 인성이 뛰어난 인물로 주로 회자되어 온 바 있다.
서울 경복초등학교, 구정중학교, 휘문고등학교를 지나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그가 그룹사에 입사한 것은 1994년이었다. 현대정공(현대모비스)의 과장으로 입사해 근무하던 정의선은 직후 견문을 넓히기 위해 미국 샌프란시스코대에 유학을 떠났으며, 경영학 석사과정을 마친 후에는 평소 관심이 깊던 일본 시장을 공부하기 위해 미즈호 그룹의 핵심 종합 상사인 일본 이토추상사 주식회사의 뉴욕지사를 거치게 된다. 이후 현대자동차그룹으로 돌아온 것은 1999년으로, 현대자동차 상무이사로 근무하며 이때부터 그는 본격적으로 그룹의 경영수업을 시작하게 된다.
기아자동차에서 시작된 디자인 경영
피터 슈라이어의 첫 번째 작품인 K5가 소위 ‘대박’을 터트리다
1999년 정의선이 돌아온 현대자동차는 과거와는 명백히 다른 모습을 띄고 있었다. 기아자동차, 아시아자동차를 인수해 몸집이 과거보다도 더 비대해 졌을 뿐 아니라, 아버지는 현대자동차그룹의 회장으로 취임한 상태였다. 자재본부 구매실장, 애프터서비스, 영업, 기획 등의 보직을 거쳐 정의선 회장이 맡은 직책은 당시 어려움을 겪던, 과거와는 달리 현대자동차와 한 몸이 된 기아자동차의 사장직이었다.
기아자동차를 책임지게 된 그는 본격적으로 제품의 라인업을 통일하고 강화시켜, 경영 정상화를 이루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게 된다. 현재의 기아자동차를 대표하는 ‘디자인’의 기조를 확립시킨 것은 정의선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폭스바겐 골프 4세대를 디자인한 것으로 유명한 독일 출신의 세계적인 자동차 디자이너 ‘피터 슈라이어’를 2006년 영입하고 전폭적으로 지지하면서, 그때부터 본격적으로 기아자동차의 ‘디자인 경영’을 주도하기 시작한다.
김상조 위원장도 인정한 경영능력
정의선 부회장이 야심차게 추진했던 브랜드 PYL
피터 슈라이어가 디자인한 첫 결과물인 K5는 출시되자마자 국내외의 디자인상을 휩쓸며 시장에 큰 돌풍을 일으키게 된다. 피터 슈라이어는 이후 K5, K9, 모하비 등의 기아자동차는 물론 현대자동차, 제네시스 브랜드의 i20, i30, 투싼, 제네시스 G80, EQ900 등 다양한 차량의 디자인을 총괄하며 현대자동차그룹의 완성차들의 디자인 기조를 확립시키는 중대한 역할을 맡아 움직이고 있다. 현재 피터 슈라이어는 현대자동차그룹의 디자인 총괄 사장을 맡고 있다.
단기간 내에 기아자동차를 정상화시킨 점은 정의선의 경영능력을 평가할 때 가장 중요한 지표로 이야기된다. 그룹사의 승계구조에 대해 비판적인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조차 정의선에 대해 “그의 능력에 대해 시장에서는 의구심이 거의 없다”고 평가한 바 있다. 다수의 히트작을 내놓으며 기아자동차의 실적을 정상화시킨 그는 이후 2009년에 부회장 직함을 달고 현대자동차로 복귀하며, 본격적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의 글로벌 진출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2009년, 마침내 현대자동차로 돌아오다
정제된 느낌이 강화된 플루이딕 스컬프쳐 2.0 기조의 LF소나타
업무적인 의무 때문이 아니더라도 정의선은 자동차에 관심과 조예가 깊은 인물로 이야기된다. 기아자동차의 플래그십 SUV 라인업이자 독자 라인업인 모하비의 개발을 진두지휘한 것으로 유명한 그는 자동차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보유한 것으로 유명하다. 그는 제네바모터쇼, 프랑크프루트모터쇼, 북미국제오토쇼 등의 행사에 매번 참석하며 경쟁사의 동향을 파악하고, 자사 라인업의 장단점을 스스로 분석해 개선점을 지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2009년 현대자동차로 자리를 옮긴 그는 YF소나타를 출시하며 새로운 회사의 디자인 철학인 ‘플루이딕 스컬프쳐(Fluidic sculpture)’를 제안했다. 기아차의 디자인 철학의 현대자동차판으로도 이야기할 수 있는 이것은 ‘유기적인 디자인 조형 언어’를 이야기하는 것으로, 지금의 유선형의 현대자동차 디자인들은 모두 이 디자인 기조를 따른 것들이다. 플루이딕 스컬프쳐는 2013년 제네시스DH와 LF소나타를 출시하며 곡선 디자인을 줄이고 정제된 느낌을 강화한 ‘플루이딕 스컬프쳐 2.0’으로 발전해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현대자 글로벌 진출의 중심에서, 이제는 그룹의 중심으로
현대자동차그룹의 3세 경영의 시작. 유일한 후계자인 정의선 수석부회장
현대자동차그룹이 세계에서도 손꼽히는 자동차 제조사로 부상하기 시작한 것은 2005년부터였다. 2005년 5월 미국 앨라배마공장 준공, 2010년 슬로바키아, 체코, 인도, 중국 등 세계 곳곳에 공장을 준공하며 글로벌 진출을 가속화했던 이들은 2009년 1월에 이르러 제네시스가 ‘북미 올해의 차’로 선정되고 미국 누적 판매량 500만 대를 돌파하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2009년부터 현대자동차에 합류한 정의선은 현대자동차 글로벌 진출의 중심에 서 있던 인물로 이야기된다.
2018년 9월 14일을 기해 정의선은 현대자동차그룹 부회장에서 그룹 총괄 수석부회장의 자리로 승진했다. 이를 통해 이제부터 그는 현대자동차는 물론 기아자동차, 현대제철, 현대건설, 현대엔지니어링, 현대모비스, 현대글로비스, 현대카드, 이노션 등 그룹의 모든 계열사를 관장하게 된다. 정몽구 회장이 작년부터 공식석상에 모습을 드러내고 있지 않으며 대외적인 활동을 정의선이 대신하고 있는 점을 감안하면, 사실상 현대자동차그룹의 3세 경영의 막이 본격적으로 오른 것으로 볼 수 있다.
정의선이 해결해 나가야 할 숙제
그에게 미래차 시장 경쟁, 차기 먹거리 발굴이라는 무거운 숙제가 던져져 있다
정의선에게 내려진, 그리고 현대자동차그룹에 내려진 숙제는 막중하다. 자동차 시장이 과거보다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기자동차, 수소자동차, 자율주행으로 대표되는 미래차 시장, 차량공유, 모빌리티 서비스의 중요성이 부각되면서, 과거에는 없던 새로운 시장이 생겨나고 기존의 시장도 바뀌어가고 있다. 그리고 이런 시대에 잘 적응해 다가오는 새로운 시장을 선점해야 할 중대한 사명이 이제 막 총괄부회장 자리에 오른 정의선에게 내려져 있다.
‘포스트 정몽구’ 시대를 준비하는 그는 신기술 확보 차원의 전략적 제휴에 박차를 가하는 한편, 글로벌 인재 영입에 공을 들이며 투자를 늘려가고 있다. 지난 1월 열린 김동연 경제부총리와의 간담회에서 정의선은 차량전동화, 스마트카, 로봇, 인공지능, 미래에너지, 스타트업 육성 등의 신사업에 주력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으며, 실제로 홀로그램 전문 기업 ‘웨이레이’, 레이더 개발 전문 기업 ‘메타에이브’, 차량용 통신 반도체 설계 기업 ‘오토톡스’ 등에 전략적 투자를 단행하고 제휴를 맺으면서 미래차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으로서는 3세대 대기업 총수들 중에서도 가장 먼저 잠재력을 인정받은 정의선의 능력 발휘가 절실한 시점이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맞춤형 최저가 정보
소셜 계정 로그인으로 간편하게 댓글을 남겨보세요!
원본 이미지입니다.
두 손가락을 이용해 이미지를
확대 또는 축소하실 수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