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마트 해외진출에 앞서 신세계그룹 정용진 부회장이 넘어야 할 산
글 : 최덕수
데일리 경제 섹션에서는 주요 산업에서 큰 성과를 보이고 있는 기업인들을 조망하는 코너가 있다. 신세계 정용진 부회장 또한 유통 산업에서의 활약상을 조망한 바 있다. 하지만 해당 포스트에는 정용진 부회장 개인에 대한 비난은 물론 그가 경영하고 있는 그룹사에 대한 무수한 비판의 글들이 달렸다. 하여, 이제는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을 지향하고 있는 신세계그룹, 그리고 정용진 부회장에 대한 다양한 논란들을 지금부터는 살펴보고자 한다.
글로벌 시장 진출을 준비하는 신세계그룹
PK마켓을 필두로, 신세계그룹은 미국 시장 활로 개척에 열심이다
수많은 시장 중에서도 유통 시장의 변화 속도는 특히나 가파르다. 시장에서 물건이 유통되는 시절이 대형 유통 기업들 중심으로 재편되더니, 오프라인 시장을 온라인이 위협하고 이제는 글로벌 시장에서 유통 기업들이 ICT 기업으로의 변모를 꾀하거나 아예 ICT 기업이 유통 시장의 큰 손으로 자리를 잡는 사례도 왕왕 벌어지고 있다. 그리고 글로벌 시장에서의 변화는 고스란히 우리나라 시장에서도 재현되고 있다. 발 빠른 변화 속에서 유통 대기업들은 저마다의 자구책을 모색하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우리나라의 손꼽히는 유통 대기업 집단인 신세계그룹은 그 방향을 ‘글로벌 시장 개척’으로 잡고 있는 모양새다.
올해 초부터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은 직접 해외시장에서 새로운 도전에 나서며 글로벌 전략의 새판을 짜기 시작했다. 그 배경에는 국내 유통 채널들의 내수 침체, 그리고 이어서 나타나고 있는 성장 둔화 극복의 목소리가 있었다. 정용진 부회장은 작년 9월 스타필드고양점 오픈식에서 “내년 상반기 중 이마트 해외 진출과 관련한 깜짝 놀랄 만한 발표가 있을 것”이라며 “베트남과 캄보디아 등 동남아시아 여러 나라와 접촉하고 있다”고 밝히면서 그룹사의 전략 변화를 예고한 바 있다.

중국을 대체할 새로운 시장으로 신세계그룹이 주목하고 있는 것은 동남아시아
야심차게 밝힌 신세계그룹의 글로벌 전략 거점은 동남아시아, 그리고 미국이었다. 중국 시장에서 철수한 신세계그룹은 동남아시아의 성장잠재력에 주목하고 온전히 중국을 대체할 시장으로 발굴해 나갈 청사진을 제시했다. 이마트, 신세계푸드를 앞세워 베트남, 말레이시아, 라오스, 인도네시아 등으로 사업 영토를 넓힐 계획을 밝힌 것이다. 동남아시아와 함께 바라보고 있던 미국 시장으로는 프리미엄 브랜드인 ‘PK마켓’을 통해 식료품 판매와 레스토랑을 함께 운영하는 전략을 세웠다.
이마트는 미국 로스앤젤레스 다운타운 지역 번화가인 사우스 올리브 스트리트 712번지 주얼리 디스트릭트 복합 상업시설에 PK마켓을 열기 위한 10년 만기 임대차 계약을 체결했음을 지난 9월 밝혔다. 이마트는 6층 건물 중 1층에서 3층까지를 임차해 PK마켓 미국 1호점을 열 예정이며, 내년 하반기 개점을 예상하고 있다.
오리지널리티에 붙는 물음표
국내에서 PB브랜드 열풍을 불러온 노브랜드의 원조, Loblaw의 No Name
한국 시장에서의 실적을 발판으로 글로벌 시장으로 진출하고자 하는 전략은 명확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세계그룹의 글로벌 진출이 과연 성공을 거둘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해서는 업계 일부에서는 회의적인 전망이 고개를 들고 있다. 신세계그룹이 성공을 거둘 수 있었던 대부분의 아이템들이 해외의 성공사례를 충실히 벤치마킹한 것들이며,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한 오리지널리티를 이들이 제대로 갖출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이다.
사실상 신세계그룹의 핵심을 이루고 있는 대부분의 유통 비즈니스는 해외 사례를 그대로 가져온 것들이다. 최근 몇 년 사이 큰 폭으로 성장하고 있는 이마트의 대표적인 PB브랜드인 ‘노브랜드’는 캐나다의 대형마트 기업인 Loblaw의 PB브랜드인 ‘No Name(sans nom)’을 거의 그대로 가져오다시피 한 것이다. 심플함에 중점을 둔 제품 포장 디자인은 물론 브랜드를 상징하는 노란색 컬러까지 노브랜드는 충실하게 No Name 브랜드를 가져온 것이다.
돈키호테를 그대로 가져온 삐에로 쑈핑
시작부터 모두가 ‘돈키호테’를 외친 그 브랜드, 삐에로 쑈핑
이마트가 지난 6월 28일 개점한 ‘삐에로 쑈핑’은 스스로를 요지경 만물상으로 칭하고 있는 대형 점포다. 명품을 팔지만 백화점은 아니고, 다양한 먹거리를 팔고 있지만 스스로를 마트로 칭하지는 않는다. 국내에서도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삐에로 쑈핑은 익히 알려져 있듯 일본의 ‘돈키호테’를 벤치마킹한 것이다. 일본에서의 관광객들의 필수 관광 코스로 불리는 돈키호테의 제품 진열 방법, 취급제품, 매장 전반에 걸쳐 물씬 풍기는 B급 감성 등 대부분의 요소들은 돈키호테의 그것을 충실히 가져왔다.
국내에서 삐에로 쑈핑을 방문하는 이들 대부분도 이 점포를 이마트가 론칭한 또 하나의 브랜드가 아니라 ‘한국판 돈키호테’를 기대하는 추세다. 다만 삐에로 쑈핑은 일본의 돈키호테가 가지는 가장 큰 장점인 ‘저렴한 가격’을 제대로 실현해 낼 수 있을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사고 있다. 삐에로 쑈핑의 제품들은 온라인 커머스가 활성화된 국내에서는 돈키호테만큼의 가격 경쟁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으며, 론칭 당시부터 꼬리표로 따라다니고 있는 ‘짝퉁 돈키호테’라는 이미지를 어떻게 넘어설 것인지에 대한 해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벤치마킹을 해 온 경쟁자들에 비해 확고한 하나를 더 갖춰서 나름의 성공을 거둔 신세계그룹의 브랜드가 있다. 바로 이마트 트레이더스다. 2010년 11월부터 각 지역별로 하나씩 개점하고 있는 창고형 매장인 이마트 트레이더스는 ‘코스트코’를 온전히 옮겨온 것이다. 다만 코스트코와는 달리 연회비 없이도 물건을 구매할 수 있다는 점을 통해 인기를 끌고 있으며, 현재는 코스트코를 위협할 만큼 이마트의 효자 브랜드로 역할하고 있다.
벤치마킹한 브랜드로 국내에서 성공을 거두는 것의 근저에는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들의 노력이 있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한 이마트 트레이더스, 삐에로 쑈핑, 노브랜드는 모두 경쟁 제품들에 비해 낮은 유통가로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할 수 있었으며, 이는 다시 이야기하면 납품 업체들로부터 제품의 공급을 염가로 제공받을 수 있었던 덕으로도 볼 수 있을 것이다. 지난 11월 14일 중소벤처기업부의 첫 직권조사에서 확인된 바에 따르면, 이마트를 포함한 대형마트 사업자들은 PB상품들의 단가를 부당하게 깎는 등의 ‘갑질’을 해온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생활용품, 식음료, 잡화, 가전을 비롯한 PB상품 전반에 대해 조사가 진행된 결과, 부당 감액 등 ‘대, 중소기업 상생협력 촉진에 관한 법률’을 위반한 사례들이 적발된 것이다.
글로벌 전략에 차가운 시선이 가해지는 이유는
스타벅스의 성공이 과연 신세계그룹의 역량 덕분이었을까 돌아볼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제품을 납품하는 업체들뿐만 아니라, 신세계그룹은 골목상권을 위협하는 업체로 질타를 받고 있다. 이마트의 편의점인 ‘이마트24’, PB상품 1천여 종을 판매하는 변종 기업형 슈퍼마켓 ‘노브랜드’ 등은 동네 슈퍼들을 직접적으로 위협하고 있다. 작년부터 지속적으로 전국상인협회 등이 신세계그룹을 겨냥해 질타를 쏟아내고 있으며, 최근에는 이 불똥이 스타필드창원 입점을 두고 벌어지는 신세계그룹과 지역 상인들의 갈등으로 번져가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1월 9일 신세계그룹의 안마당으로 꼽히는 서울 코엑스 별마당 도서관을 찾아 연 전략회의에서 “우리 경제는 이제 빨리가 아니라 함께 가야 하고 지속적으로 더 멀리 가야 한다"라고 강조한 바 있다. 그리고 이 자리에서 정용진 부회장의 최측근으로 꼽히는 이갑수 이마트 대표이사 사장은 이마트의 사례를 발표하며 ‘상생협력’에 대한 실적과 의지를 다시 한 번 드러냈다. 부디 이 자리에서 이마트가 밝힌 상생에 대한 의지가 공수표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 글로벌 시장을 겨냥하는 신세계그룹은 자신들의 전략에 대한 대중들의, 시장의 신뢰를 얻기 위해서 벤치마킹이 아닌 ‘오리지널리티’를, 중소기업 착취가 아닌 ‘협력’을, 골목상권 침해가 아닌 ‘상생’을 제대로 실천해 나갈 수 있기를 바라본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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