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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경기에 최저임금까지, 위기의 편의점 '돌파구' 찾을 수 있을까?

글 : 박민경

 

이른 새벽에도 깜깜한 밤에도 편의점은 언제나 불을 밝히는 듯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는. 24시간 운영과 연중무휴를 특징으로 하는 편의점은 크고 작은 식품류부터 잡화, 생필품, 주류, 의약외품 등 여러 가지 제품들을 한자리에서 만날 수 있는 종합 공간이다. 마트보다 작은 규모지만 그 덕분에 오히려 골목 구석구석 영향력을 끼칠 수 있었다. 오랜 기간 서민들의 곁에서 성장을 거듭해 왔던 편의점에 최근 새로운 바람이 불고 있다. 유통업계의 불황과 인터넷 쇼핑 발달 등 현 상황이 그리 녹록지 않은 탓이다. 타개책을 찾기 위해 변화에 발 벗고 나서는 편의점 업계는 과연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편의점, 얼마나 위기길래?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추이. 자료 : 대한상공회의소

 

 

업태별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추이. 자료 : 대한상공회의소

 

먼저 편의점이 어느 정도의 위기에 빠져 있는지 알아보자.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소매유통기업 1000곳을 대상으로 조사한 '경기전망지수(RBSI)'에 따르면 편의점의 RBSI 지수는 77로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RBSI는 기준치인 100을 넘으면 다음 분기 경기가 기존 대비 호전될 것으로 예상하는 기업이 많다는 뜻으로 100이하면 부정적이다. 다른 유통 업태인 온라인쇼핑 103, 홈쇼핑 100, 대형마트 92, 백화점 89, 슈퍼마켓 82에 비해 확연히 경기 전망 예상치가 떨어진다.

 

현재 한국에서 편의점은 한 골목 건너 하나씩 만날 수 있는 포화 시장이다. 한국편의점산업협회의 발표에 따르면 편의점 점포 수는 지난 10년 동안 4배 정도 증가했으며 전국적으로 4만여 개에 달한다. 지난 12월에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주도로 '근접출점 제한'을 핵심으로 하는 자율규약이 마련되기도 했다. '담배 판매 거리 제한'을 기준점 삼아 서울은 100m, 나머지 대부분 지역은 50m 이내의 새로운 출점을 제한한 것. 강제성은 없지만 과다 출혈 경쟁임을 드러냈다는 상징이 있다.

 

 

인건비 상승, 무인편의점의 도래

사진 : 이마트 24

 

이런 가운데 무인 편의점이 등장해 눈길을 끈다. 최저임금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 확대 등으로 상대적으로 인건비 부담이 늘어남에 따라, 주로 아르바이트생을 고용하는 편의점에서도 무인 시스템이 등장하고 있는 것. 이미 패스트푸드점과 주차장 등에서 시행하고 있지만 크고 작은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가득한 편의점에서 100% 무인화는 원활히 이뤄질 수 있는 것일까?

 

편의점 원조격인 일본에서는 일손부족을 이유로 편의점 무인화에 나서고 있다. 대표적인 일본 업체 로손은 최근 '편의점 완전 무인화' 실험에 나섰는데 오전 0시부터 5시까지 심야 시간 영업이 대상이다. 고객들은 스마트폰 앱을 통해 매장 문을 열고 가게에 입장해 셀프 계산프로그램으로 상품 구매를 한다. 한국에서도 편의점 무인화는 현재진행형이다. 편의점 업계에 따르면 GS25는 7개, CU는 11개, 세븐일레븐은 17개, 이마트24는 21개의 무인점포를 운영 중이다. 5사 모두 유인과 무인을 결합한 형태로 운영을 하는 것이 특징이다. 

 

 

직원 없는 무인편의점 운영 잘 될까?

사진 : YouTube <서울경제TV 쎈 이코노미>

 

편의점 업계에서 100% 무인화가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에 대해서는 각종 분석이 있다. 먼저 청소년에게 판매가 금지된 술과 담배의 경우 신분증과 대면 확인 절차가 필요한데 종업원이 없는 무인점포에서는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세븐일레븐과 일부 이마트24 매장에서는 담배는 자판기를 통해 단계별 본인 확인을 거치고 있지만 술은 얼굴로 직접 인식이 필요한 부분이라 직원이 상주하는 점포에서만 판매한다. CU는 두 가지 품목 모두 직원이 있는 시간에만 판매하고 무인으로 운영되는 심야에는 하지 않는다.

 

낯선 결제 시스템도 장애물이다. 세븐일레븐은 결제 수단을 선택하거나 카드사와 연동된 손바닥 정맥 인증 절차를 거친다. 이마트 24는 셀프 계산대에서 고객이 직접 바코드를 찍는다. GS25는 신용카드와 교통카드를 통한 인증 절차를 거친 후 입장과 결제가 가능하다. CU는 사전에 신용카드를 등록해야 한다. 젊은 층에서도 익숙하지 않고 복잡한 절차들인데 기계와 IT기술 등에 익숙하지 않은 장년층은 상품 하나 구매하기가 쉽지 않은 일이 될 수 있다.

 

 

24시간 운영은 옛말, 심야에 문 닫는 편의점

사진 : KBS 뉴스

 

갈 길이 먼 무인 시스템 외에 24시간 운영을 중단하는 편의점도 새로운 기류다. 하루 종일 꺼지지 않는 불은 편의점의 상징과도 같은 것이었지만 최근에는 다르다. 한 언론보도에 따르면 작년 말 기준으로 GS25는 전체 점포 대비 13.6%, 세븐일레븐은 17.6%, CU는 19% 가량에 달하는 점포가 심야에 영업하지 않는다. 최근 최저임금이 오르고 기타 부대비용이 상승하면서 가맹주들의 부담이 커진 게 원인으로 풀이된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의 규제 강화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작년부터 심야시간인 밤 12시부터 오전 6시 사이에 직전 3개월 동안 적자를 본 점포에 대해 계약기간 내라도 심야영업을 중단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한편 이웃나라 일본에서는 경기가 호황을 이루면서 고수익 일자리를 찾아 떠나는 인력 때문에 비교적 높은 시급에도 편의점 심야 근무를 기피하는 현상이 두드러지고 있다. 저출산 고령화에 따른 만성적인 일손 부족도 한 축으로 꼽힌다. 이유는 다르지만 편의점=24시간 열려있다는 인식 자체가 변화하고 있다.

 

 

식권 사업, 뷰티·배송까지 진출?

사진 : CU

 

이 같은 위기 속에서 편의점 업계의 사업 확장이 이어져 화제다. CU와 GS25는 최근 배달 서비스를 도입했다. CU는 배달앱 요기요, 부릉 등과 협약을 맺고 1만 원 이상 주문액에 대해 3000원의 추가 요금을 받고 배달을 실시하고 있다. 수도권 30여개 매장을 대상으로 테스트를 한 결과 도시락과 디저트 매출이 최대 10% 오르는 효과가 있었다고. GS25도 요기요와 우버이츠를 통해 200여개 품목에 대해 소비자 부담액 3,500원을 받고 배달을 한다. 역시 식품군의 주목도가 높았다. 

 

CU가 NHN페이코와 손잡고 만든 모바일 식권 결제 서비스도 이색적이다. 기업이 임직원에게 제공한 모바일 식권을 외부 결제 시 이용하는 서비스로 편의점에서 상품 결제 시 식권 바코드를 스캔하는 방식이다. 이에 질세라 GS25도 식신e식권, 런치패스와 함께 경쟁에 뛰어 들었다. 이외에도 반값 택배, 집까지 찾아가는 택배 대행 서비스, 주유소 결합과 입점, 전기차 충전, 카셰어링 서비스, 알뜰폰 통신요금제 구입, 색조 화장품 전용 브랜드 출시 등 매우 다양한 분야에 진출하며 사활을 건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변신을 거듭하는 편의점, 앞으로의 방향은?

사진 : GS25 SNS

 

한편, 날씨가 풀리면서 주류와 음료 판매가 늘어나자 편의점은 조금씩 활기를 찾고 있는 분위기다. 특히 최근 스포츠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활약하며 식품 매출이 급증한 것은 사회적 분위기에 민감한 편의점의 특징을 대표적으로 보여주는 예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CU에 따르면 'U-20 월드컵 결승전'이 열린 날 주요 상품들의 매출이 전주 대비 최대 5배 이상 훌쩍 뛰었다고. 치킨 등 튀김류는 443%, 맥주는 189% 급증했다고 한다. 

 

이와 더불어 가성비를 따지는 소비자들의 욕구에 부합하기 위한 편의점 간의 가격 경쟁도 이어지고 있다. CU는 최소 300~400원 저렴한 '핵이득 간편식 시리즈'를 출시했으며, GS25는 타 제품의 절반 수준인 1,000원 후반대의 '위드샐러드'로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세븐일레븐은 타 햄버거보다 200~300원 저렴한 '숯불갈비맛' 햄버거의 매출이 전년대비 8.1% 증가했다. 고객의 수요가 늘어나는 시기지만 소셜커머스 등 소비자의 마음을 흔드는 유통 경쟁자도 함께 늘어난 만큼 앞으로도 편의점 업계의 깊은 고민은 계속될 전망이다.

 

글 : 박민경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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