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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이코 거래액 곧 9조, 추진력 겸비한 M&A 승부사 NHN 이준호 회장

글 : 이윤서

 

네이버와 한게임이 같은 계열회사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아직 꽤 있다. 'NHN'이라는 테두리 안에서 한솥밥을 먹던 네이버와 NHN(구 NHN엔터테인먼트)은 2013년 8월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인  NHN㈜에서 분할하여  'NHN엔터테인먼트'라는 사명으로 출범했다. 이후 설립 6년 차를 맞아 기존 게임과 핀테크 사업 외에도 클라우드, AI, 빅데이터 등 4차 산업혁명에 부응한 핵심기술 발전에 역량을 집중하자는 뜻에서 2019년 3월 정기주주총회를 통해 사명을 변경하겠다고 밝혔다. 지난 2000년 한게임과 네이버 합병을 통해 설립됐을 당시 사명이던 'NHN'로 변경하며 정보통신 기술기업으로서의 새 출발을 선언했다. 현재 NHN은 게임, 결제, 엔터테인먼트, IT, 광고 등 IT 기반의 다양한 사업분야에서 성장해 나가는 글로벌 IT 기업이며, 이 기업의 수장인 인물이 바로 NHN 이준호 회장이다.

 

 

포털사업의 핵심을 맡다​

1964년 9월 태어난 이준호 회장은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를 졸업한 후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전산학 석사, 박사학위를 받았다. 이후 국과학기술원 인공지능연구센터 연구원을 거쳐 연구개발 정보 센터의 선임연구원을 역임하며 검색관련 기술을 연구했다. 그의 박사 논문은 정보 검색을 의미하는 ‘인포메이션 리트리벌’에 관련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전산화된 자료가 도서관에 있으면 빨리 찾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에서 검색 기술에 관심을 갖기 시작한 이 회장은 한국과학기술원 이윤준 교수뿐만 아니라 세계적 검색 엔진 전문가인 미국 코넬대 게오르그 셀튼 교수를 찾아가 수학한 것으로 알려졌다.

 

NHN의 경영 방향을 세우는 이준호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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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회장은 한게임, 네이버컴과 처음부터 호흡을 함께 맞춘 인물은 아니었다. 숭실대학교의 정보과학대학 컴퓨터학부 부교수로 재직하며 검색 엔진에 대한 연구를 지속한 이준호 회장은 네이버가 아닌 엠파스를 통해 '자연어 검색 서비스'를 처음으로 선보인 바 있다. 자연어 검색 서비스란 단어 위주의 검색이 아니라 문장 그대로를 입력해도 그에 맞는 검색 결과를 제공하는 이용자 친화적 서비스였다. 이준호 회장은 엠파스의 자연어 검색 서비스의 공동 개발자다.

 

자연어 검색 서비스로 연을 맺은 엠파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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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어 검색 서비스를 개발하게 된 계기는 박석봉 엠파스 창업자와의 만남이었다. 박석봉 엠파스 창업자는 당시 검색 서비스 1위였던 야후를 견제하기 위한 새로운 검색 서비스가 필요했다. 이에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83학번 동기인 이준호 회장을 찾아가 도움을 요청한 것이다. 엠파스는 자연어 검색 서비스를 계기로 검색 시장 점유율을 폭발적으로 늘렸으나, 기술 제공의 대가를 놓고 박석봉 창업자와 이준호 회장은 갈등을 빚고 마침내는 결별에 이르고 만다.

 

 

네이버의 대주주이기도 했던 이준호 회장​

엠파스와 결별한 시점에서 이준호 회장에게 찾아온 인물은 서울대학교 컴퓨터공학과 3년 후배인 네이버컴의 이해진 의장이었다. 이해진 의장은 이준호 회장에게 찾아가 검색 서비스와 관련한 새로운 사업을 제안했다. 네이버컴으로부터의 10억 원의 투자금과 연구개발비 지원을 약속받은 이준호 회장은 2000년 '서치솔루션'이라는 독립법인을 설립해, 네이버에 검색 솔루션을 공동 개발 및 제공하는 형태로 네이버와 사업적 관계를 맺었다. 이후 네이버는 서치솔루션을 주식 교환의 방식으로 인수하고 그로 인해 이준호 회장은 네이버의 대주주가 됐다.

 

이준호 회장의 대학교 3년 후배인 이해진GI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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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및 게임 서비스에서 승승장구하던 네이버(당시 NHN)에 이준호 회장이 본격적으로 합류하게 된 것은 2005년이었다. NHN의 최고기술책임자로 합류한 이준호 회장은 2007년 최고 서비스 책임자, 2009년 최고운영책임자를 거치며 NHN의 경영 전반을 총괄하게 된다. 하지만 서치솔루션 매각의 대가로 받은 NHN의 주식을 받은 이준호 회장의 영향력이 커지면서, 그가 가지고 있는 만만치 않은 비율의 지분이 화두로 떠오르게 된다. 2013년 기준으로 이해진 의장의 지분은 4.64%, 그리고 이준호 의장도 이에 못지않은 3.74%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조직의 지배력을 강화하기 위해 NHN이 이준호 회장과 이해진 의장의 두 회사로 분할하게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기 시작했다.

 

분할 당시 NHN의 주축이던 한게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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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8월, 포털 서비스와 게임 서비스의 두 커다란 시장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발휘하던 NHN이 두 개의 조직으로 나뉘었다. 포털 서비스를 담당하던 본래의 NHN은 네이버 주식회사로, 그리고 게임 사업 담당이던 한게임을 주축으로 한 NHN엔터테인먼트로 분할됐다. 이준호 회장은 분할된 NHN엔터테인먼트(현재 NHN)의 최대 주주에 오르며 본격적으로 독자적 행보를 걷게 된다.

 

 

오프라인 시장 공략한 페이코의 성장​

NHN는 자산 규모만  1조 원 대에 이르는 게임회사 출발한 만큼 주된 사업 영역은 게임이었다. 하지만 게임에 대한 비판적인 시각이 팽배했고, 정부 규제가 강한 사업이라 게임사업 이외의 신사업을 모색하기 시작했다. 이에 이준호 회장은 2015년 간편결제 '페이코'를 출시했고, 같은 해 음원 서비스 '벅스'를 인수했다. 2017년에는 팟캐스트 ‘팟티’를 출시한 바 있으며 해외에서 운영하던 웹툰 '코미코'를 국내에 출시하기도 했다. 또한, 기업용 클라우드인 '토스트'가 시장에 진출했다.

 

오프라인 가맹점 270만 곳을 확보한 NHN 페이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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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중에서도 단연 눈에 띄는 것은 핀테크 분야의 투자다. 전자결제대행 전문 기업인 한국사이버결제를 인수한 후 NHN는 간편결제 서비스인 'NHN 페이코'를 선보였다. 정연훈 NHN페이코 대표를 필두로 2014년부터 준비된 페이코는 현재 네이버 페이, 카카오 페이와 함께 온라인 간편결제 서비스 3대 체제를 구축하고 있는 서비스다. 네이버페이, 카카오페이 등과 더불어 국내의 대표적인 간편 결제 서비스에 속하지만, 대부분의 전문가들은 2강 1약 구도라고 보고 있다. 네이버페이는 쇼핑 검색 기반으로, 카카오페이는 카카오톡 플랫폼 기반으로 사업을 확장시키는 것과 달리 페이코는 종속된 플랫폼이 없다는 점이 상대적인 약점을 지목됐다. 이에 다른 기업과 차별화된 서비스를 공략했는데, 광고, 할인 등 다양한 캠페인을 전개하며 대규모의 마케팅 비용을 지출하고, 제휴 업체를 적극적으로 늘리는데 집중했다. 거래액 규모의 면에서는 우위를 선점하지 못했지만, 오프라인 가맹점 270만 곳을 확보하며 오프라인 간편결제 시장을 개척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각자의 특성을 갖고 공격적인 마케팅을 진행 중인 간편 결제 서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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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결과 페이코는 2016년 월 거래액 천억 원, 누적 거래액 1조 원을 돌파했으며, 작년에 이르러서는 누적 거래액 8조 4천억 원, 연간 거래액 4조 5천억 원을 돌파하는 성장세를 보였다. 2019년 8월, 테이블에서 주문과 결제까지 한 번에 할 수 있는 '페이코오더' 서비스를 정식으로 시작한 데 이어 편의점 '세븐일레븐'에도 페이코 결제를 적용하며 국내 5대 편의점 모두를 오프라인 가맹점으로 확보했다고 전했다. 또한, 2018년 8월부터 오프라인 절대 강자로 통하는 삼성페이 결제 기능을 페이코 앱을 통해 제공하고 있으며 기존 은행인 SC제일은행과 함께 제휴적금 상품을 선보이기도 했다. 최근 NHN페이코는 한화생명보험과 너브로부터 750억 원의 투자를 유치했다고 밝혔다. 이로써 NHN페이코 기업가치는 7,300억 원을 넘어섰다.

 

 

같은 뿌리에서 출발한 네이버와 묘한 긴장감 형성​

이준호 회장과 이해진 GIO는 분할 당시 ‘향후 3년 동안 서로의 사업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다’라는 협정을 맺은 것으로 알려졌다. 단순히 서로의 영역을 침범하지 않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경우 적극적으로 협력을 맺으며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갔다. 하지만 앞서 말했듯, NHN는 분사 이후 사업 초창기에는 난관에 봉착했다. 분사 이전부터 예고된 정부의 사행성 온라인 게임 규제로 인해, 초창기부터 한게임의 주력이었던 고스톱, 포커 등의 웹보드게임들의 수익이 휘청거렸다. 어려움을 겪던 NHN엔터테인먼트가 선택한 타개책은 신규 사업 투자였다. 기존의 자신들의 주력 사업인 게임 사업과 함께 신사업으로 간편결제 분야 등에 적극적인 투자를 벌였다.

 

게임 이외의 신규 사업을 모색한 NH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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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NHN엔터테인먼트는 창사 이래 최대 매출인 8,564억 원, 영업이익 833억 원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하게 된다. 분사 이후 NHN엔터테인먼트의 매출 규모는 5배가 증가했으며, 자산 규모는 2조 5천억 원 수준으로 증가했다. 작년에는 연 매출 1조 원을 돌파했으며, 시가총액은 1조 5천억 원 수준으로 확대됐다. 과거 한솥밥을 먹던 네이버와의 ‘경쟁’이라는 새로운 현상으로 나타나고 있다. 네이버와 NHN는 핀테크 분야에서만 아니라, 현재 다양한 온라인 서비스의 영역에서 직접적인 경쟁을 펼치고 있는 ‘라이벌’의 관계다. NHN에 인수된 '벅스'는 음원시장에서 멜론과 지니뮤직에 이어 3위의 자리를 차지하고 있으며, 네이버의 음원 서비스인 '네이버뮤직'보다 높은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네이버가 꽉 잡고 있는 웹툰 서비스에 있어서도 NHN는 해외에서 운영하던 '코미코'를 국내에 들여오면서 직접적으로 경쟁하고 있는 상황이다. 네이버 또한 NHN엔터테인먼트의 고유의 사업 영역에 손을 뻗는 중이다.

 

NHN엔터테인먼트에서 NHN으로 사명 변경 선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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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사 이후 대외적으로 "게임 사업은 다시 하지 않을 것"이라고 공언한 네이버는 최근 손자회사 라인게임즈를 통해 PC, 모바일, 콘솔 게임 시장에 출사표를 던지고 있다. 이뿐만 아니라 2017년부터 두 회사는 클라우드 사업 영역에서도 맞대결을 벌이는 중이다. NHN는 2014년부터 퍼블릭 클라우드 서비스 ‘토스트(TOAST)’를 제공하고 있는데, 2017년에는 네이버의 시스템 사업을 전담하는 네이버비즈니스플랫폼(NBP)가 ‘네이버 클라우드 플랫폼’을 선보임에 따라 두 회사가 클라우드 서비스 영역에서도 경쟁을 펼치는 중이다. 시장에서 경쟁자로 마주치는 일이 잦아지는 가운데, NHN는 사명을 과거 두 회사의 분할 전의 사명이었던 'NHN'으로 변경했다. 3월 주주총회에서 정우진 NHN 대표는  "NHN이 한국 IT 산업에서 갖는 의미와 가치를 계승할 것"이라고 사명 변경의 이유를 설명했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그리 반길만한 소식은 아닐 것이다. 과거 한솥밥을 먹었고, 분할 직후 우호적인 관계를 이어가던 두 기업 사이의 묘한 긴장감은 앞으로도 계속될 전망이다.  

 

글 : 이윤서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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