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HDC를 연 매출 5조 원대 기업으로 성장시킨 ‘정몽규 회장’
글 : 김형광
축구계에서 정몽준 회장 못지않게 이름값이 높은 기업인이 있다. 정몽준 회장처럼 범현대가의 인물이면서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대한축구협회 회장인 ‘정몽규 HDC그룹 회장(이하 직함 생략)’이다. 그는 현대자동차 대리로 사회생활을 시작해 회장의 자리에 오르고 현대산업개발로 자리를 옮겨 회장직을 맡아 활동하는 인물로, 지금은 아시아나항공 인수전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는 기업인이다. 또한 우리나라의 축구 산업을 이야기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인물이기도 한데, K리그 구단주이자 제52대, 제53대 대한축구협회 회장을 지내고 있는 유명한 축구행정인이기도 하다.
정주영 창업주의 조카로 태어나
전 현대자동차 회장이자 현 HDC그룹 회장, 정몽규 회장
정몽규는 1962년 1월 14일 고 정세영 현대산업개발 명예회장과 박영자 씨의 1남 2녀 가운데 장남으로, 그리고 고 정주영 현대그룹 창업주의 조카로 태어났다. 그는 용산고등학교와 고려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한 후, 영국에 유학해 옥스퍼드대학교 정치학 석사 학위를 받은 바 있다. 공부를 끝내고 사회생활을 시작한 것은 1988년이었는데, 범현대가의 인물인 그는 부친을 따라 현대자동차의 대리로 입사했다. 그는 어릴 때부터 부친인 정세영 명예회장의 영향을 많이 받았던 것으로 전해지는데, 고등학교 시절에는 책갈피에 최초의 현대자동차 독자생산 모델인 포니의 사진을 끼워놓고 다닌 것으로 알려져 있다. 포니는 그의 부친의 별칭이기도 하다.
현대자동차 내에서 그는 1991년 상무의 자리에 올랐으며, 1993년에는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그가 축구계에 발을 들인 것도 이맘때였는데, 울산 현대 사택에서 살던 시절 이웃이었던 차범근 전 감독과의 인연이 계기가 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축구에 관심을 가지기 시작한 그는 1994년 울산현대 호랑이축구단의 구단주를 맡게 되는데, 이것이 축구계에서 그의 이름이 거론되기 시작한 최초의 시작이었다. 이후 그는 2011년 한국프로축구연맹 총재 자리에 취임해 승부조작 사태를 잘 수습해 좋은 평가를 받았으며, 2013년에는 대한축구협회 회장으로 당선돼 지금까지 회장직을 계속 이어오고 있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정몽규 회장에게 기업가로서 큰 영향을 끼쳤다
그가 만 34세가 된 1996년에 이르러서는 현대자동차 회장직을 맡게 된다. 그때까지의 현대자동차를 일군 정세영 명예회장의 강력한 의지가 반영된 결과였다. 정몽규가 현대자동차 회장직을 맡고 있을 때는 우리나라에 외환위기가 닥친 때였다. 현대자동차와 시장 점유율을 놓고 뜨겁게 경쟁하던 기아자동차가 외환위기로 무너졌다. 기아자동차는 1997년 10월 법정관리에 들어간데 이어 이듬해 약 6조 6,500억 원의 적자를 기록하고 1998년 6월 국제입찰에 들어가게 된다. 현대자동차, 대우자동차, 삼성자동차, 그리고 포드가 뛰어든 기아자동차 국제입찰은 유찰과 재입찰을 반복한 끝에 3차 입찰에서 현대자동차가 품게 되는데, 이를 주도한 것이 정몽규였다.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자동차 생산기업이 된 현대자동차였지만, 정몽규에게는 큰 약점이 있었다. 정주영 명예회장의 직계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정주영 창업주의 셋째 동생이었기에, 결국 기아자동차를 인수하며 덩치가 커진 현대자동차는 직계인 정몽구 회장에게 넘어가게 된다. 이 당시 정세영 명예회장과 정몽규는 이 결정에 크게 반발했으며 시장에서는 ‘왕자의 난’을 앞둔 일촉즉발의 위기감이 조성됐지만, 정세영 명예회장이 형인 고 정주영 창업주의 “몽구가 장자인데 넘겨주는 게 잘못 됐느냐”라는 말에 수긍하면서 사태는 수습되게 된다. 1998년 12월, 현대자동차 회장직은 정몽구 회장에게 돌아갔고 그전까지 회장이었던 정몽규는 부회장으로 밀려나고 말았다.
현대산업개발에서 다시 성공을 거두다
1999년 3월, 정세영 명예회장과 정몽규 부자는 보유하고 있던 현대자동차 지분을 현대산업개발 지분과 맞바꾸기로 했다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정세영 명예회장은 32년 만에, 정몽규는 1988년 입사 이후 11년 만에 자동차 산업을 떠나게 된 것이다. 정몽규는 현대산업개발 회장에 취임한 뒤, 생소했던 건설사의 업무를 파악하기 위해 전국 150개 현장을 누비고 다니며 업계의 특성과 생리를 빨리 파악하기 위해 노력했다. 그리고 또 한편으로는 현대자동차 시절의 경험을 바탕으로 ‘데이터 경영’의 실험을 현대산업개발에서 시작했다. ERP(전사적 자원 관리 시스템)와 KPS(정보 공유 시스템)를 도입해 업무의 진행을 가능한 투명하고 명확하게 해 나갈 수 있는 환경을 조성했다.
정몽규 회장은 HDC회장 이상으로 KFA 회장으로 이름이 높다
아울러 건설업계 최초로 품질관리를 위한 ‘라인스톱제’가 정몽규의 주도 아래 도입됐다. 라인스톱제란 자동차 산업에서 불량이 생기면 모든 생산 공정을 멈추는 제도를 뜻하는 것으로, 건설사에서 이와 같은 제도가 도입이 된 것은 실로 파격적인 것이었다. 또한 LG건설이 2002년 9월 론칭한 ‘자이’가 화제를 모으자, 이를 벤치마킹해 자신들의 건물을 하나의 브랜드로 묶는 작업에도 착수했다. 현대산업개발은 2003년부터 지어진 자사의 모든 주거용, 주상복합용, 상업용 건물의 이름을 ‘아이파크’로 통합했으며, 이를 통해 대중들에게 회사의 브랜드를 확고히 각인시킬 수 있었다. 회사는 브랜드 전략이 성공을 거두면서 2006년 건설사 시공능력평가 4위에 오르는 기염을 토했다.
탄탄한 건설업, 뻗어가는 신사업
정몽규의 회장 취임 이후 승승장구하던 현대산업개발이 위기에 처한 것은 2013년이었다. 10년 만에 회사는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정몽규는 이를 극복하기 위해 전면에 섰다. 2014년 5월 30일에는 창립 이래 최초로 채권은행들과 재무구조개선약정을 맺었고, 이 시기에 현대산업개발 전 임직원에게 무보수 경영을 선언하기도 했다. 재무구조개선약정이란 부실경영 우려가 있는 대기업 그룹이 경영 정상화를 위해 채권단과 맺는 경영개선 약속을 이야기한다. 회사는 위기를 맞은 이듬해에 다시 흑자를 내는데 성공할 수 있었으며(물론 여기에는 2014년 9월 현대자동차그룹의 한전부지 인수로 인한 자산가치 상승의 혜택 영향이 컸다), 이때 맺은 재무구조개선약정은 경영이 정상화된 2015년 6월을 기해 끝났다.
호텔신라와 손을 잡은 면세점 사업은 외연 확대에 성공을 거뒀다
2015년 들어서 현대산업개발은 신사업에 뛰어들 계획을 발표했다. 서울 용산역 현대아이파크몰에서 열린 창립 10주년 간담회를 통해 면세점 사업에 진출할 계획을 밝혔으며, 이를 위해 기존의 면세 사업자였던 호텔신라와의 합작법인 ‘HDC신라면세점’을 설립했다. 신사업 진출의 시기에 분 주택경기 호황은 현대산업개발에 날개를 달아줬다. 2016년 현대산업개발은 매출 4조 7,499억 원, 영업이익 5,172억 원, 순이익 3,310억 원을 기록하며 사상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이어서 2017년에도 호실적을 기록했는데, 분양사업 호조와 원가율 개선 등으로 인해 자체 주택사업에서 매출 1조 680억 원, 외주주택사업에서 매출 2조 1,860억 원을 기록해, 연결기준 연 매출 5조 3,587억 원, 영업이익 6,461억 원을 냈다. 이는 2016년보다 매출 12.8%, 영업이익은 31.7%가 늘어난 수치다.

올해 이뤄질 입찰이 유찰되지 않고 HDC-미래에셋의 매입으로 이뤄질지는 아직 미지수다
2017년 12월 5일, 현대산업개발은 경영 효율화 추구를 이유로 이사회에서 지주사 체제로 전환을 의결했음을 밝혔다. 인적분할 방식으로 나뉜 회사는 존속법인인 HDC가 지주회사로, 사업회사인 HDC현대산업개발이 신설법인으로 설립됐다. 체제 변환에는 정몽규의 의지가 반영된 것으로 전해지는데, 그는 기존의 건설업과 함께 면세점 등의 신사업을 직접 의욕적으로 전개해 나가기 시작했다.
올해에 이르러서는 HDC그룹이 계획하고 있는 또 하나의 신사업이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바로 항공운수업이다. 분식회계가 적발되면서 어려움에 처한 아시아나항공을 금호아시아나그룹은 매각하려 하고 있으며, 여기에 정몽규가 의욕적으로 뛰어들고 있다. HDC그룹은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면서 레저 사업을 추진 중인데, 이를 위해 지난 6월에는 오크밸리의 경영권을 인수하기도 한 바 있다. 미래에셋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아시아나항공의 매입을 추진하고 있는 정몽규가 과연 자동차, 건설업에 이어 항공업에까지 진출할 수 있을지, 그리고 여기에서 성공을 거둘 수 있을지 곧 판가름이 나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아시아나항공 본입찰은 현재 올해 11월 초로 예상되고 있다.
글 : 김형광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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