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브스가 선정한 한국 부자 8위, 권혁빈 스마일게이트 의장
글 : 이윤서
국내에서 기업을 물려받은 것이 아닌 자수성가형 CEO로 평가받는 인물을 찾기란 쉽지 않다. 그중에서도 기존 대기업의 수장들과 견줄만한 부를 축적한 스마일게이트 권혁빈 이사회 의장은 포브스가 선정한 '2019 한국 50대 부자'에서 8위를 차지했다. '2017 한국 50대 부자 순위'에서는 이건희 회장에 이어 두번째로 재산 증가분이 많은 인물로 꼽히기도 했다. 2018년 개최한 '로스트아크 출시 기자간담회'에 참석하기 전까지 언론이나 공식석상에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아 '은둔형 경영자'라는 별명이 붙은 권혁빈 의장. 그는 간담회에서 '로스트아크'를 이렇게 설명했다고 전해진다. "게이머에게 첫사랑 같은 느낌을 남길 수 있는 감성적이고 감동적인 게임이 되길 바랍니다."
e러닝 사업 접고 자본금 1억 원으로 다시 시작
1973년생인 권혁빈 의장은 전라북도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 상산고, 서강대 전자공학과를 졸업했다. 유년기부터 과학자를 꿈꾼 그는 전자공학과와 함께 부전공으로 컴퓨터 공학을 이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전공을 살려 서강대학교 재학 시절 삼성전자의 소프트웨어 개발자 양성 프로그램인 소프트웨어 멤버십에서 활동했으며, 대학교 졸업 이후 바로 창업 전선에 뛰어들어 사업을 시작했다. 첫 시작은 당시 붐이었던 e러닝 분야였다. 삼성물산 벤처 투자팀으로부터 투자를 받아 1999년 '포씨소프트'라는 이름의 회사를 설립했다.
포브스가 선정한 전 세계 억만장자에 선정된 권혁빈 의장
포씨소프트는 교육 콘텐츠 제작 시스템인 '액티브 튜터'를 개발해 시장에 선보였으며, 이 시스템은 일본에도 진출하며 나름의 성과를 올린 바 있다. 하지만 갈수록 경쟁이 치열해지는 e러닝 시장에서 수익을 올리지 못한 권 의장은 2년 만에 포씨소프트를 정리해야만 했다. e러닝 시장 다음으로 그가 바라본 곳은 온라인 게임 시장이었다. 권 의장은 2002년, 자본금 1억 원으로 '스마일게이트'를 창업했다.
야후의 게임 서비스 종료와 함께 개발이 중단된 헤드샷 온라인
본격적으로 게임사업을 시작한 권혁빈 의장은 이후 긴 시간 동안 게임 개발에 매진했다. 스마일게이트가 최초로 개발에 임했던 분야는 피처폰 기반의 모바일 게임이었다. 이후 2003년에는 '헤드샷 온라인'을 개발하고 야후와 서비스 계약을 체결하며 클로즈 베타 테스트를 진행하고 있었다. 그러나 야후의 게임 서비스 종료와 함께 '헤드샷 온라인'도 개발이 중단됐다. 권 의장은 '헤드샷 온라인 개발 당시 MMORPG(다중 접속 역할 수행 게임)에 익숙하던 개발자들을 FPS 게임(1인칭 슈팅 게임)이라는 낯선 틀에 맞추는 작업이 힘들었다'라고 한 인터뷰를 통해 속내를 털어놨다.

이후 권 의장은 실망하지 않고, 새로 개발팀을 구성했다. 네오위즈와 퍼블리싱 계약을 하고 '헤드샷 온라인'의 후속작이라 볼 수 있는 '크로스 파이어'를 2007년 다시 제작하기에 이르렀다. 그러나 당시 비슷한 장르에 속한 게임인 넥슨의 '서든어택', 드래곤플라이의 '스페셜포스' 등에 밀려 국내에서는 여전히 제대로 된 주목을 받지 못했다. 권 의장이 투자금을 구하기 위해 곳곳으로 뛰어다닌 덕에 가까스로 자금난의 위기를 넘긴 스마일게이트는 중국으로 향했다. 베트남을 시작으로 해외 시장에서 수익을 내고 있던 크로스파이어의 주 무대를 본격적으로 해외로 옮기려고 마음먹은 것이다.
중국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끈 크로스파이어
당시 국내에서는 선호하지 않던 중국으로의 진출을 택한 스마일게이트는 국내의 '네오위즈게임즈', 중국의 '텐센트'와 함께 3자 간 계약을 맺고 본격적인 중국 서비스를 시작했다. 출시를 앞두고 직원들과 함께 수시로 밤을 새울 정도로 권 의장은 중국 서비스에 전력을 기울였다고 전해진다. 중국인들이 좋아하는 붉은색과 황금색 총기를 선보이는 등 현지 서비스를 위한 철저한 조사와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전략을 펼쳤다. 실제 전투를 하는 것 같은 타격감과 피격 이펙트, 실존 특수부대를 적용한 개성 있는 캐릭터, 수백 종의 모드와 맵, 무기를 아우르는 방대한 콘텐츠를 갖춘 것이 특징인 크로스파이어는 마침내 중국 시장에서 대성공을 이끌어냈다.
현지 서비스를 위한 철저한 조사와 그 결과를 적극적으로 수용하는 전략을 펼친 크로스파이어
2008년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세계 80여 개국에서 6억 6,000명이 넘는 유저들이 즐기는 온라인 FPS 게임으로 발돋움했다. 무려 800만 명 이상의 동시 접속을 기록하는 등 서비스를 시작한 지 10여 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지속적인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2019년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열린 대회로 아프리카 대륙까지 진출하는 저력을 보인 스마일게이트는 이로써 한국 e스포츠 사상 최초로 전 세계 모든 대륙에서 대회를 개최하는 기록을 남겼다. 스마일게이트는 2014년부터 유저들이 직접 참여하는 글로벌 리그인 'CROSSFIRE STARS(CFS)'를 진행했으며 필리핀, 베트남, 브라질, 웨스트(북미 및 유럽) 등 4개 지역에서 프로 리그를 운영하고 있다.
크로스파이어의 명성을 잇기에는
크로스파이어의 성공은 여전히 지속되고 있지만, 이후 별다른 성공작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는 점에서 주변의 우려를 샀다. 스마일게이트RPG는 '로스트아크'를 7년에 걸쳐 개발해 2018년 출시했다. PC로 즐기는 MMORPG인 로스트아크는 1,000억 원 이상의 개발비가 투입돼 화제를 모았다. 이 대작의 시작은 좋았다. 출시 첫 날 동시 접속사 수 25만 명에 이어 일주일 만에 35만 명을 돌파하며 흥행 돌풍을 예고했다. 이후 PC방 사용시간 점유율이 15% 가까이 올랐으며 '2019 대한민국게임대상'의 유력한 본상 대상 후보작으로도 점쳐지고 있다. PC게임 가뭄에서 물줄기 역할을 맡고 있는 셈이다.
전체 매출에서 크로스파이어가 약 80~90%를 차지하는 것으로 알려졌을 정도로 스마일게이트는 크로스파이어 매출에 의존한 수익 구조를 갖추고 있다. 이마저도 출시 10년이 지나면서 중국 내 매출이 주춤하는 상황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스마일게이트가 로스트아크에 거는 기대가 매우 클 것이다. 그러나 상황이 녹록지만은 않다. 출시 초반과는 달리 인기가 시들한 모습이다. 한때 '오버워치'를 제치고 PC방 점유율 3위를 차지했으나 꾸준히 하락세에 접어들었다. 여전히 반등의 기미가 보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서버확장과 꾸준한 업데이트를 하고 있지만 떠나는 이용자의 마음을 사로잡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창립 17년째 비상장을 고수해온 스마일게이트가 로스트아크를 개발한 스마일게이트 자회사 스마일게이트RPG를 통해서 상장을 추진 중이다. 상장을 통해 로스트아크 모바일 개발 자금,해외 시장 개척 등 성장동력 마련에 집중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스마일게이트RPG는 로스트아크의 모바일 버전을 위해 관련 인력 충원에 나선 것으로 드러났다. 생각보다 로스트아크의 흥행을 출시 초반만큼 이끌어내지 못해 기업공개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는 의견이 조심스럽게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스마일게이트 RPG의 기업공개(IPO)가 늦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모바일 게임 개발에 속도를 내 포트폴리오를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권혁빈 의장이 시장에서 주목을 받는 긍정적은 요소 중의 하나는 게임 시장에 아낌없는 투자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다. 스마일게이트와 권혁빈 의장이 활발히 펼치고 있는 사회 공헌활동의 대표적인 사례는 스마일게이트에서 운영하고 있는 '오렌지팜'이다. 청년 창업 지원 인큐베이션 센터 오렌지팜은 유망 기업들에 대한 프로그램과 시장 진출에의 지원을 꾸준히 진행해 오고 있다. 오렌지팜은 국내는 물론 중국 베이징에서도 운영되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많은 창업 꿈나무들을 지원해 나가고 있다.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스마일게이트 그룹
사회 공헌활동과 함께 스마일게이트는 게임을 넘어 엔터테인먼트 기업으로의 전환을 계획하고 있다. 수많은 계열사를 거느리고 있는 스마일게이트 그룹은 영화, 여행 등을 망라한 종합 엔터테인먼트 그룹으로의 전환을 모색하고 있으며, e스포츠 브랜드인 ‘월드사이버게임즈’를 확보하며 게임 관련 분야에서의 디지털 엔터테인먼트 사업에서의 움직임에도 속도를 높이고 있다.
각종 논란에 휘말린 에픽세븐
그러나 2018년 8월에 출시된 스마일게이트 첫 모바일 게임인 '에픽세븐'은 보안 논란과 소통의 문제 등으로 이용자들의 이탈이 증가하면서 매출순위가 급 하락했다. 한 이용자가 20여년 전 사용한 메모리 변조 프로그램 '치트오매틱'으로 게임 데이터를 조작했다고 주장하면서 논란이 불거졌다. 이후의 사과문에서 정당한 비판을 한 이용자들을 악의적인 이용자로 몰고 가는 듯한 뉘앙스로 내비쳐 이용자들의 불만이 폭발했다. 출시 초반 매출 순위 5위권에 진입한 에픽세븐은 현재 100위권 가까이로 밀려났다. 권혁빈 의장과 스마일게이트는 신사업 투자, 사업 확장, 사회 공헌활동에 있어 교과서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로스트아크의 하락세와 에픽세븐의 논란 등으로 위기로 맞고 있다. 이 위기를 어떻게 극복하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이할지 귀추가 주목된다.
글 : 이윤서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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