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조 잭팟, 비비크림으로 대박쳐 에스티로더에 매각한 '해브앤비' 이진욱 대표
글 : 최덕수
K뷰티가 전 세계적으로 화제를 몰고 있다는 점은 굳이 설명이 필요 없을 것이다. 당연히 K뷰티 관련 제품을 생산하는 국내 기업들의 가치도 함께 천정부지로 오르고 있다. 이 과정에서 3CE, AHC에 이어 또 한 번 K뷰티 스타트업의 ‘잭팟’이 터졌다. ‘닥터자르트’로 유명한 ‘해브앤비’가 글로벌 화장품 기업인 에스티로더에 인수된 것이다. 2조 원의 기업가치로 평가된 해브앤비를 지금까지 키워온 인물은 놀랍게도, 창업 전까지는 화장품에 별다른 관심이 없던 건축가 출신의 인물이다. 건축감리회사에서 일하다가 BB크림에 관심을 갖고, 열정적으로 제품을 개발해 마침내 성공을 거둔 그 인물은 바로 해브앤비의 ‘이진욱 대표(이하 직함 생략)’다.
건축학도, 화장품에 눈을 돌리다
K뷰티의 대표적인 성공 사례를 다시 쓴 해브앤비 이진욱 대표
1976년 전북 전주에서 태어나 전주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원광대학교에 진학한 이진욱의 전공은 건축학이었다. 대학교를 졸업하고 건축감리회사에서 일하던 그는 얼굴에 난 트러블을 치료하기 위해 피부과를 찾았다가 자신의 인생을 바꿔놓은 제품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바로 화장품이었다. 여성들이 병원에 진열된 BB크림을 뚫어지게 쳐다보는 모습을 보고, 그는 이를 사업화하고자 하는 생각을 가지게 된다.
BB크림은 ‘블리미시 밤(Blemish Balm)’의 약자로, 1960년대 독일 피부과 의사 크리스틴 슈라멕이 개발한 기능성 화장품을 뜻한다. 수술 후의 환자의 피부를 보호하기 위한 용도로 만들어진 BB크림은 한국과 일본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으나, 이진욱이 창업하던 당시만 하더라도 비싼 가격으로 인해 쉽게 접근이 힘든 아이템이었다. 이진욱은 화장품에 대한 지식은 없었지만 BB크림의 사업적인 가능성에 주목해 연구에 몰두하게 된다.

테이스트를 입혀
의약품을 연상시키는 디자인의 닥터자르트
의사였던 매형의 도움을 받아, 피부과 전문의 21명의 연구와 협력을 바탕으로 이진욱은 BB크림 시제품 개발에 착수했다. 도움을 줄 의사를 구하기 위해 그는 피부과 의사들끼리 주최하는 정기 세미나에 꼬박꼬박 출석했고, 그의 꾸준함에 관심을 가진 일부 의사들과 개별적으로 만나 사업 아이템을 설명하면서 겨우 자문단을 꾸릴 수 있었다. 이렇게 꾸려진 인맥은 후일, 회사의 시제품을 납품할 창구로 역할하게 된다.
그리고 2004년 12월, 5,000만 원의 자본금으로 화장품 전문 회사 해브앤비를 설립하게 된다. 회사 설립과 함께 출시한 BB크림의 브랜드명은 가장 큰 도움을 준 피부과 전문의의 이니셜 ‘J’에 예술을 뜻하는 ‘아트’를 합쳐 ‘닥터자르트’라고 지었다. 제품의 디자인은 브랜드명처럼, 의약품처럼 보이면서도 아름다운 디자인을 취해 소비자들의 관심을 끌었다. 국내에서 안정적으로 매출을 거두기 시작한 이후에는 조기부터 해외 진출을 모색했는데, 해브앤비가 미국 시장을 처음으로 두드린 것은 2006년으로 전해진다.
미국 시장에서 먼저 성공을 거두다
2018년 월드클래스 300 유공자 포상 시상식에서 수출확대분야 산업통상자원부장관 표창을 수상하는 이진욱 대표
제품 출시 이후 꾸준히 성장한 해브앤비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한 것은 2010년 들어서부터였다. 중국 시장의 확장으로 중국에 대한 관심이 높던 시절, 이진욱은 중국 대신 서구 시장의 문을 계속 두드리는 식의 차별전략을 취했다. 한국을 넘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공을 거두기 위해서는 미국에서 성공하는 것이 최우선이라는 믿음 때문이었다. 그리고 2011년 이탈리아 화장품박람회에 참석했다가 세포라 부사장과 면담할 기회를 얻고 또 그 기회를 살리면서, 마침내 2011년 미국 뷰티 편집샵 ‘세포라’에 입점하게 된다. 이를 기점으로 회사는 폭발적인 성공을 거두게 된다.
아시아 시장의 콘텐츠들이 서구권에서 주목을 받으면서 자연스레 한국, 일본에서 널리 쓰이는 BB크림이 서구권에서도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이 과정에서 경쟁 제품들에 비해 합리적인 가격을 내세우던 해브앤비의 제품은 미국, 유럽 등지에서 인기를 얻게 된다. 미국 진출이 마침내 가시화된 성적을 내기 시작한 이후부터 해브앤비는 이를 바탕으로 중국 시장에도 진출해 비교적 안정적으로 정착할 수 있었다.
연이은 성공, 그리고 M&A
해브앤비가 론칭한 남성 코스메틱 브랜드 DTRT
전체 매출의 30%는 미국에서, 그리고 20%는 중국에서 거두며 글로벌 브랜드로 성장한 닥터자르트는 연이어 새로운 제품을 내놓았고 또 성공했다. 2012년 출시된 세라마이딘 크림은 지난 2018년 국내 전 채널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넘어섰고, 2016년 출시된 시카페어 라인 크림은 출시 3년 만에 100만 개 판매를 기록했다. 남성 코스메틱 브랜드 ‘DTRT(Do The Right Thing)’도 론칭해 성공을 거뒀다. 현재 해브앤비의 화장품은 전 세계 37개 지역에 진출해 성공을 거두고 있다.
이 과정에서 대규모의 투자도 유치했다. 2015년 세계적인 화장품 회사 에스티로더가 해브앤비의 지분 약 33%를 인수한 것이다. 투자 덕에 회사의 마케팅 활동은 더욱 활기를 띠었고, 매출은 따라서 급상승했다. 2015년 863억 원의 매출은 2018년 4,898억 원으로 성장했다. 미국의 ‘우먼스 웨어 데일리’가 주관하는 ‘세계 100대 뷰티 기업’에도 해브앤비는 3년 연속으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그리고 지분 투자가 이뤄진 4년 후, 에스티로더는 남은 지분 전량을 인수하며 해브앤비의 인수합병을 발표하게 된다.

K뷰티의 경쟁력을 다시 입증
2015년 지분투자에 이어 2019년에는 에스티로더와 인수합병을 발표한 해브앤비
글로벌 뷰티 시장에서 네 번째로 점유율이 높은 화장품 기업 에스티로더는 지난 11월 18일 해드앤비의 나머지 지분 66.7%를 모두 인수했음을 발표했다. 에스티로더의 아시아 뷰티 기업 인수는 해브앤비가 처음으로, 인수 지분 규모는 11억 달러 규모로 알려져 있다. 에스티로더의 해브앤비 인수에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포석으로 읽힌다. 유니레버가 카버코리아를, 로레알이 패션 브랜드 스타일난다와 함께 화장품 브랜드 3CE를 인수한 것과 같은 의도라는 것이다.
에스티로더는 지금껏 해브앤비의 성공을 이끈 또 하나의 주역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진욱 스스로가 에스티로더로부터 각종 지원과 조언을 받아 해외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할 수 있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해브앤비의 성공 전부를 에스티로더의 덕이라고 이야기할 수는 없다. 해브앤비는 에스티로더 투자 이전에 이미 K뷰티의 가능성을 입증하며 글로벌 진출에 성공한 기업이었기 때문이다. 이진욱은 에스티로더 인수 이후에도 크리에이티브 디렉터로 회사에 남아, 제품 개발에 집중하며 해브앤비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영향력 확대를 위해 노력할 예정으로 전해진다. 생소한 아이템의 가능성을 일찌감치 눈여겨보고 투자한, 그리고 이를 통해 역사에 남을 기록적인 성공을 거둔 이진욱은 ‘K뷰티를 대표하는 사업가’라고 해도 부족함이 없을 인물일 것이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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