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된 대기업 구조조정, 제2의 IMF 되나
글 : 최덕수
대기업, 준 대기업들의 구조조정이 시작됐다, 대규모의 기업들 중 많은 수가 올해 들어 본격적으로 직원들의 구조조정을 시작했으며, 코로나19 정국이 장기화되면서 여기에 가속도가 붙은 모양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재계서열 수위의 그룹사들이 줄줄이 쓰러진 IMF 외환위기 때와 같은 사태가 다시금 벌어지는 것이 아니냐는 분석을 벌써 내놓고 있으며, 또 다른 일각에서는 단순히 고전적 양태의 기업들이 도태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는 반박을 하는 중이다. 그렇다면 지금 대기업들이 개시한 구조조정을 우리는 어떻게 읽어야 할까, 과연 대규모의 경제 위기를 예고하는 전조들로 금번 구조조정 대란을 읽을 수 있을까.
1997년 외환위기를 돌아보면
국민경제를 파탄으로 몰고 갔던 1997년 외환위기
우리나라를 덮친 다양한 경제 위기 중에서 가장 큰 위기로 꼽히는 것은 1997년의 외환위기일 것이다. IMF 경제 위기라고도 이야기되는 이 사태가 어떻게 우리나라를 덮치게 됐는가를 두고 다양한 해석들이 있다. 다른 의견들이 난립하는 와중에도 이들이 모두 공통으로 전제하고 있는 것은, IMF 사태가 단기간에 기업들의 연이은 부도가 집중되고 근로자들의 대량 실직이 벌어지면서 일어나거나 심화되었다는 점이다.
1997년 문민정부 때까지 우리나라의 기업들은 무분별한 과잉투자, 문어발식 확장으로 사세를 키워왔다. 이 과정에서 아시아 전역에 경제 위기가 찾아오면서 외국자본이 우리나라를 빠져나가기 시작하고, 외화보유고가 바닥을 드러내면서 기업들의 단기부채가 연이어 만료되는 상황을 맞게 된다. 영원히 이어질 것만 같았던 외부 투자가 뚝 끊기고 잔고가 바닥을 드러내자, 부채를 감당할 수 없었던 기업들은 연이어 파산을 맞았고 근로자들의 대량 실직이 발생한 것이다. 정부는 이 충격을 극복하기 위해 IMF에 구제금융을 신청했으며, IMF 사태는 이후 2001년 8월까지 약 4년 동안 지속되게 된다.

화려한 외관과는 달리, 대형마트는 오래전부터 어려움을 호소해 왔다
기업들의 연이은 위기로 인해 사회 전체가 어려움을 겪고, 결국에는 국가 경제 전체가 파탄에 이르면서 IMF 외환위기가 찾아왔다. 우리는 아직도 이때 겪었던 어려움을 기억하고 있으며, 그렇기에 당시와 비슷한 전조가 다시금 발생하는 것에 극도의 경계심을 가지고 있다. 최근 우리나라의 대기업, 준 대기업들이 시행하고 있는 ‘구조조정’은 이러한 경계심을 자극하기에 충분한 성격을 띠고 있다.
롯데쇼핑은 5년 내에 700여 점포 중 마트와 슈퍼를 중심으로 200여 점을 폐점할 계획을 예고한 바 있으며, 이마트도 59개 점포를 정리하는 구조조정과 인력 재편 작업에 착수했다. 두산중공업은 6,700여 명의 직원 중 만 45세 이상 2,900여 명을 대상으로 명예퇴직을 시행할 계획을 발표했으며, 루마니아 현지법인인 두산IMGB 공장도 정리하기로 했다. 코로나19로 인해 직격탄을 맞은 항공업계도 어렵다. 대한항공은 3개월 무급휴직과 희망퇴직 신청을 받고 있으며, 아시아나항공은 임원 전원이 사표를 내고 무급휴직을 시행한 바 있다. 진에어, 티웨이항공 등 저비용 항공사들도 무급휴직을 시행했다.
앞으로도 구조조정은 더 많아질 것
과거 IMF 위기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도 존재한다
현재 희망퇴직을 받는 기업들을 보자면, 근로자들에게 ‘꿈의 직장’으로 선망의 대상이었던 곳이 많다는 점이 의외다. 평균 연봉이 1억 3,700만 원에 달하는 에쓰오일도 명예퇴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으며, 현대제철도 희망퇴직을 고려 중이다. 코로나19로 중국에서의 부품 수급이 어려워지면서 자동차 업계에도 충격이 가해지고 있다. 국내에서 두 번째로 큰 자동차 부품기업인 만도도 인력 구조조정과 원주 주물공장 외주화를 추진하고 있다.
문제는 이와 같은 현상이 지금 발표되는 몇몇 기업에 국한된 이야기가 아닐 수 있다는 점이다. 업계에서는 코로나19로 인해 기업들 대부분의 올해 1분기 실적이 예상치를 밑돌게 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운영자금 부족에 시달리게 될 기업은 앞으로 더 많이 나타나게 될 것이 당연하기 때문이다. 앞으로도 대규모의 구조조정을 예고하는 회사들은 더 많아지게 될 것이며, 이러한 흐름은 기업의 규모와 산업, 직군을 가리지 않을 것으로 전망된다.
지금은 1997년과 같은가
항공사들의 위기는 여러 요인들이 겹쳐서 터진 것이라 봐야 할 것이다
발표되는 자료들을 살펴보자면 이는 과거 1997년 외환위기 때 대규모의 기업이 쓰러질 당시를 자연스레 연상하게 한다. 하지만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기업들의 면면을 살펴보자면 이는 IMF 당시와는 다른 양상을 띠고 있다. 두산그룹의 핵심인 두산중공업이 겪는 위기는 현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기인한다. 연간 10조 원이 넘던 수주실적이 탈원전 정책으로 인해 작년 2조 원대로 추락했기 때문이다. 원전수주가 과거의 기조를 계속 유지할 것을 상정하고 투자를 단행한 두산중공업은 현재 줄어든 수주량으로 인해 뼈아픈 구조조정을 단행하는 중이다.
롯데쇼핑, 이마트 등이 발표한 점포의 폐점, 축소와 인력조정은 시장의 변화에 따른 것이다. 대형마트의 실적은 대중들의 인식과는 달리 최근 몇 년 동안 급격히 추락했다. 이커머스 중심으로의 급격한 전환, 1인 가구의 확대로 인한 실속 소비 등의 요인으로 인해 오프라인 유통, 판매업은 과거의 위세를 유지하기 힘든 상황을 맞았다. 이들의 이커머스로의 전환이 수월했냐면 그것도 아니었다. 롯데와 신세계 모두 이커머스로의 빠른 전환에 실패했으며, 유통 채널의 통합도 지지부진하다. 이들의 구조조정은 산업 지형의 변화에 따른 선제적 조치로 읽는 것이 맞을 것이다.

세금을 줄이고 고용을 유연화하는 것이 답이 될 수는 없을 것
항공업에서 나타나고 있는 어려움은 지금까지 해당 기업들이 안고 있던 고민거리가 한 번에 터지면서 불거지는 현상으로 볼 수 있다. 아시아나항공은 코로나19 사태 발발 이전인 작년에 이미 예상을 뛰어넘는 대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대한항공 또한 아시아나항공과 마찬가지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데, 여기에 경영권 분쟁까지 겹쳐있는 형국이다. 혁신을 뒤로 한 방만한 경영이 문제를 키웠으며, 그게 공교롭게도 올해 폭발한 것으로 읽는 것이 옳을 것이다.
혹자는 인건비의 상승, 주 52시간 근무제, 높은 법인세 부담을 이유로 들어, 현재의 연이은 기업 구조조정 소식이 대규모 경제 위기의 전조라고 이야기하고 있다. 그리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최저임금 상승을 멈추고, 주 52시간 근무제를 유연화하며, 법인세도 더 낮춰야 한다고 주장한다. 대기업들의 선제적 구조조정은 그것이 어디에서 유래했건, 그만큼 시장이 어렵다는 걸 방증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그 이유가 앞서 이야기한 대로 최저임금, 법인세에 있다고 보기는 힘들기에 기업들의 구조조정을 막을 수 있는 해결책은 다른 곳에서 찾아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다르다고 안심할 수는 없어
경제 위기가 현실화되지 않도록 하기 위한 선제적 조치가 필요한 때
기업에 대한 지원을 강화하고 구조조정에 대한 규제를 단행함과 함께, 시장에 실제적인 위기를 안겨다 준 코로나19 사태에 대한 지원책이 절실하게 요구되는 시점이다. 이를 통해 앞으로 대규모의 구조조정이 추가로 더 발생하는 것을 막아야 할 것이며, 단기간의 자금 흐름에 어려움을 겪는 기업들을 구제해야 한다. 그리고 이와 함께, 현재 구조조정의 위기에 처한 실직자들을 어떻게 구제할 것인지 실질적인 대책의 마련이 절실하다.
지금의 연이은 구조조정은 IMF 외환위기 당시와는 분명히 다르다. 하지만 대규모의 실직으로 인해, 많은 국민들이 어려움에 빠지게 될 것이라는 ‘결과’는 동일하게 나타날 수 있다. 현재의 대규모 구조조정 이전에도 현재의 정부는 초기의 의지만큼 오르지 않는 고용률로 자주 곤욕을 겪은 바 있다. 생각대로 잘 풀리지 않는 고용률 상승의 숙제에, 금번의 대규모 구조조정과 코로나19로 인한 자영업자의 어려움까지 겹쳐졌다. 시작은 비록 그렇지 않더라도 여기에 안심하지 말고, 결과가 ‘대규모 경제 위기’로 이어지지 않도록 주의가 필요하다. 정부의 지금보다 더 적극적인, 선제적인 대처가 하루빨리 이뤄져야 할 것으로 생각된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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