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Z들이 돈 아끼려고 유행처럼 시작한 '저소비 코어'
글 : 최덕수

미국의 젊은 세대를 중심으로 최근 새로운 트렌드가 떠오르고 있다. 소위 ‘저소비 코어’라는 트렌드로, 최근에는 장기간의 불황으로 신음하고 있는 우리나라의 젊은 세대에게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코로나19로 인한 팬데믹으로 인해 명품 소비가 주된 키워드로 떠올랐던 과거와는 달리, 이제는 과소비에 지친 젊은 세대가 저소비를 추구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지금부터는 저소비 코어 트렌드에 대한 것들을 모아서 살펴보고자 한다.

저소비 코어란

저소비 코어는 영어로 ‘저소비 또는 과소 소비’라는 용어에 트렌드나 추구하는 스타일을 가리킬 때 수식어처럼 사용하는 ‘코어’를 결합한 용어다. 코어라는 말을 붙인 트렌드는 저소비 코어 외에도 SNS에서 다양하게 활용된다. 저소비 코어는 정리하자면 ‘소비를 줄이는 트렌드 혹은 생활 방식’을 뜻하는 것으로, 불필요한 소비를 멈추고 최소한만 남기자는 미니멀리즘과 비슷하면서도 조금 다르다. 있는 걸 줄이는 게 아니라 불필요한 소비를 줄이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저소비 코어가 부상하게 된 것으로는 인플루언서의 과소비 조장이 꼽힌다. 인플루언서들이 SNS를 중심으로, 팔로워들에게 과소비를 조장하는 콘텐츠를 퍼트린 데에 대한 반감이라는 것이다. 이뿐만 아니라 과소비를 부추기는 매체의 광고에 대한 반감이기도 하다. 저소비 코어의 핵심은 인플루언서를 비롯해 제품을 광고하는 기업에 속아 불필요한 물건을 사지 말자는 취지이므로, 단순히 절약을 강조하는 것과는 다르다.
명품의 복제품을 소비하는 ‘듀프’

팬데믹 기간에 젊은 세대에서 유행한 명품 구매에도 저소비 코어는 영향을 끼치고 있다. 명품을 소비하는 것이 아니라, 명품의 유사 제품을 소비하는 ‘듀프’의 유행으로 말이다. 듀프는 복제를 뜻하는 듀플리케이션의 줄임말로, 유명 브랜드 제품을 따라서 만든 저렴한 유사품을 사서 자랑하는 문화다. ‘짝퉁’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듀프는 명품의 복제품이 아니라 디자인이나 주요 특징만 비슷하게 따라서 만드는 유사품을 대상으로 한 것이다.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

우리나라에서는 저소비 코어의 부상 이전에 ‘요노’가 주된 키워드로 떠오른 바 있다. 요노는 ‘하나만 있으면 충분하다(You Only Need One)’를 모토로 꼭 필요한 것만 사고 불필요한 소비를 줄여서, 최소한의 소비로 최대한의 만족을 추구하는 소비 패턴이다. 요노의 반대편에 위치한 것이 팬데믹 기간의 트렌드였으며 지금은 힘을 잃어버린 ‘욜로’다. 욜로는 ‘단 한 번뿐인 인생(You Only Live Once)’을 모토로 내세워 과도한 지출을 꺼리지 않는 생활 패턴을 뜻하는 것이다.


‘밀프랩(Meal Prep)’ 또한 요즘 인기다. 밀프랩이란 식사와 준비의 영단어를 합성한 말로, 여러 끼의 식사를 미리 준비해놓고 하나씩 꺼내 먹는 식단을 말한다. 주말에 일주일분의 끼니를 모두 싸 놓았다가 요일별로 하나씩 가져가는 것이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균형 잡힌 식단을 유지할 수 있으면서, 무엇보다 외식을 하거나 도시락을 사서 먹는 것보다 식비를 절약할 수 있다는 점에서 주목을 받는 방법이다.
피클링

야채를 절여서 장기간 보관하는 ‘피클링(Pickling)’도 인기다. 피클링은 야채를 오래 보관할 수 있을 뿐 아니라 배달 음식의 의존도를 낮출 수 있으며, 건강하게 끼니를 해결하고 간편하게 야채를 섭취할 수 있는 방법으로 주목을 받고 있다. 피클링, 밀프랩, 듀프 등의 방법을 슬기롭게 할 수 있는 노하우를 소개하는 이들도 많은데, 이들은 스스로를 과소비를 조장하는 인플루언서가 아닌 ‘디인플루언서’라 칭하기도 한다.
소용량 제품이 각광을 받는

저소비 코어, 요노 등의 키워드가 주목을 받으면서, 최근에는 부담스러운 가격이나 용량 대신 소량을 포장한 제품이 인기를 얻고 있다. 작은 만큼 가격도 더 저렴하기에, 오히려 대용량 제품보다도 더 잘 팔린다. 최근 들어 1인 가구를 겨냥했다는 소용량, 1인용, 포켓 제품이 많아진 것도 이러한 흐름으로 읽을 수 있다. 작은 용량 위주의 상품은 먹거리를 넘어, 최근에는 뷰티 분야에도 영향을 끼치고 있다.
디저트를 포기할 수는 없어

저소비를 지향하더라도 디저트는 포기할 수 없다. 하지만 때로는 디저트가 끼니보다도 더 많은 비용이 소요되기 마련이다. 저소비 코어 트렌드에서는 디저트를 즐김에 있어서도 실속을 추구한다. 유명하고 비싸며 줄을 서야 먹을 수 있는 디저트 대신 값싸고 간편한 제품이 각광을 받으며, 직접 디저트를 만들어 먹는 이들도 많다. 최근에 수제 쿠키, 수제 디저트 키트가 인기를 얻는 이유라 할 수 있다.


저소비를 지향하기 위해 무엇이든 값싼 제품을 새로 들일 필요는 없다. 저소비 코어는 이미 구매한 제품을 제대로 사용하는 것도 중요시한다. 구매하는 물건의 수를 줄이되, 비싸지 않고 기능이 좋은 제품을 사서 제대로 쓰고 또 오래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이 반드시 고급의 비싼 물건을 구매하는 걸 의미하지는 않는다. 그보다는 자신에게 꼭 필요한 제품인지 진지하게 따지는 것을 요한다.
환경과 기후를 생각

저소비 코어를 실천하려는 이들 중에는 단순히 지출을 줄이고 기업의 광고에 현혹되는 것을 피하려는 이들뿐 아니라, 환경을 생각하고 기후를 고려한 가치 소비를 하려는 이들도 많다. 자신의 쇼핑이 환경 파괴에 일조하는 것을 경계하고, 필요하지 않은 것을 일부러 소비하는 것을 지양하려는 움직임이다. 단순히 경기 불황, 젊은 세대의 얇아진 지갑만이 저소비 코어의 원인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글 : 최덕수 press@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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